부쳐 먹다
-김선우
강원도 산간에 산비탈이 많지요
비탈에 몸 붙인 어미 아비 많지요
땅에 바싹 몸 붙여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목숨이라는 듯
겨우 먹고살만 한
'겨우' 속에
사람의 하늘이랄지 뜨먹하게 오는 무슨 꼭두서니 빛 광야 같은 거랑도 정분날 일 있다는 듯
그럭저럭 조그만 땅 부쳐 먹고 산다는 -
붙여 먹는다는 말, 좋아진 저녁에
번철에 기름 둘러 부침개 바싹 부치고
술상 붙여 그대를 부를래요
무릎 붙이고 발가락 붙이고 황톳빛 진동하는 살내음에 심장을 바싹 붙여
내 살을 발라 그대를 공양하듯
바싹 몸 붙여 그대를 부쳐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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