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여진 슬픔
- 강기원
곤이젓, 창란젓, 아가미젓
저게 창자와 벌름거리던 숨구멍과
대구의 생기기였단 말이지
내 끊어진 애와
벙어리 가슴과
텅 빈 아기집도 들어내
한 말 굵은 소금에 절여 볼까
컴컴한 광 속에서
한 오백 년 푹 삭아 볼까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듬뿍 뿌려 맛깔스레 무쳐 볼까
그대 혀끝에
올려진다면
그게 나인 줄도 모르고
삼켜진다면
그리운 그대 속내
알아보는 거야
원 없이 들여다보는 거야
-세계의 문학 2007년 봄호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 / 이용악 (0) | 2007.10.09 |
---|---|
둥근 발작 / 조말선 (0) | 2007.07.06 |
고전적인 봄밤 / 박이화 (0) | 2007.07.06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0) | 2007.07.05 |
토막말 / 정 양 (0) | 2007.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