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5구역 / 신정민

칠부능선 2021. 12. 14. 19:44

5구역
신정민



은밀한 데이트 장소로 공동묘지만한 곳이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후회와 함께 시작된 사랑은 묘역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일
곁에 있어 들을 수 없었던 속삭임이 있었다
묻힌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죽음의 트럼펫 소리
누군가 오래도록 데니보이를 연습하고 있다
말이 필요 없는 데이트
모르는 자의 무덤 앞에 조화를 바치는 햇살들
인생은 요약되지 않아서 어려웠다
우리는 결국 모르는 사이
잊지 못할까 봐
잊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서 종종
만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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