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속옷
노정숙
미끈한 정장에
샬랄라 실크머플러를 두르고
우아하게 우와,
꿈에서도 환한 미소를 매달고
지긋이 품위롭게
괜찮아 괜찮아, 좋아 좋아를 달고 산다.
젖은 속옷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는 가끔
딴 나라에나 가서
상처를 어깨걸고
결핍을 부풀리며
슬픔에 슬픔을 잇대어
웃음에 웃음을 버무리며
무럭무럭 낡은 꿈을 말리곤 한다.
<자유문학> 2016년 겨울호 (통권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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