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연두의 내부 / 김선우

칠부능선 2012. 4. 11. 16:08

  연두의 내부

   김선우

 

  막 해동된 핏방울들의

  부산한 발소리 상상한다

  이른 봄 막 태어나는 연두의 기미를 살피는 일은

  지렁이 울음을 듣는 일, 비슷한 걸 거라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운다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웃는다고도

  최선을 다해 죽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이별한다거나

  최선을 다해 남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떠난다거나

 

  최선을 다해 광합성하고 싶은

  꼼지락거리는 저 기척이

  빗방울 하나하나 닦아주는 일처럼

  무량하다 무구하다 바닥이 낮아진다

 

  아마도 사랑의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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