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내부
김선우
막 해동된 핏방울들의
부산한 발소리 상상한다
이른 봄 막 태어나는 연두의 기미를 살피는 일은
지렁이 울음을 듣는 일, 비슷한 걸 거라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운다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웃는다고도
최선을 다해 죽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이별한다거나
최선을 다해 남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떠난다거나
최선을 다해 광합성하고 싶은
꼼지락거리는 저 기척이
빗방울 하나하나 닦아주는 일처럼
무량하다 무구하다 바닥이 낮아진다
아마도 사랑의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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