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작업실에 갔다.
그림들이 형태를 감추고 거의 추상으로 가 있다. 색상도 환해졌다. 그림이 확 바뀌었다. 끈임없는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다.
컴 앞으로 이끌어 CD를 보여준다. 지인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진이다. 산티아고 성당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길들이 펼쳐진다. 중간에 순례자의 무덤도 여럿 보인다. 꿈결같은 사진들이다. 깊숙이 숨었던 무언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친구는 9월부터 스페인어를 배운단다. 체력단련으로 벌써부터 새벽에 1시간 반씩 걷는단다. 허리보강을 위해 주 2회 필라텍스는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내년 1월에 외할머니가 될 준비, 이건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후 일이 생각보다 무진장 많다. 3월에 개인전 준비, 큰 작품은 거의 완성된 듯 하다. 그리고 5월에 산티아고로 한달간 떠날 예정이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한번도 차질이 없었던 친구다. 이번엔 체력문제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잘 이루어내리라 믿어진다. 10kg 이상의 배낭을 매고 걸을때,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면 체중도 좀 빼야한단다.
잠이 안온다. 낮에 본 사진들이 어른거린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서울 부산을 왕복하는 850km를 걷는 길이다. 혼자서 걸어야 제맛일 듯 싶다.
파울로 코엘료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리고 <연금술사>를 썼다.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를 남자주인공으로 삼아 꿈을 찾아, 신화를 칮아 끝없는 여행을 한다. '광대무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던 생각이 난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꿈을 품어봐?
이런저런 생각을 시작하니 가슴이 울렁거린다. 어 창밖이 그냥 밝아오네. 머리가 살짝 어지럽다.
20년이 흐른 후
당신이 이룬 일들보다는 하지 못한 일들로 인해 더 깊이 좌절하리라.
그러니 밧줄을 던져라.
안전한 항구로부터 배를 출항시켜라.
돛을 무역풍으로 달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일단, 내 꿈은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바이칼호수를 가는 것이니 조만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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