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 이성선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 내 生에 너무 빨리 지나버려 외로웠던 시간이 언제였나.
너무 빨리 스쳐 누군가를 외롭게 했던 시간은 언제였나
내 生에 다시 다리앞에 다다른다면
천천히, 다리 아래 물소리 들으며
아주 천천히, 다리 위 하늘에 그림도 그리리다
숨차게 내달린 내 시간들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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