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에이 시브럴 / 김사인

칠부능선 2015. 9. 4. 21:14

에이 시브럴

김사인

 

 

몸은 하나고 맘은 바쁘고

마음 바쁜데 일은 안되고

일은 안되는데 전화는 와쌓고

배는 굴풋한데 입 다실 건 마땅찮고

그런데 그런데 테레비에서

'내남자의 여자'는 재방송하고

그러다보니 깜북 졸았나

한번 감았다 떴는데 날이 저물고

아무것도 못한 채 날은 저물고

 

바로 이때 나직하게 해보십지

'에이 시브럴ㅡ '

양말 벗어 팽개치듯 '에이 시브럴ㅡ '

자갈밭 막 굴러온 개털 인생처럼

다소 고독하게 가래침을 돋워

입도 개운합지 '에이 시브럴ㅡ '

갓댐에 염병에 ㅈ에 ㅆ, 쓸 만한 말들이야 줄을 섰지만

그래도 그중 인간미가 있기로는

나직하게 피리 부는 '에이 시브럴ㅡ '

(존재의 초월이랄까 무슨 대해방 비슷한 게 거기 좀 있다니깐)

얼토당토않는 '에이 시브럴ㅡ '

 

마감 날은 닥쳤고 이런 것도 글이 되나

크게는 못하고 입안에서 읊조리는

'에이 시브럴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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