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연필로 쓰기 / 정진규

칠부능선 2007. 2. 10. 23:04

 

 

연필로 쓰기

 

 

-  정 진 규

 

 

  한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영혼이 냄새가 방 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 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

 

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고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쓸 수 있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

 

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치 못한 반편 반편도 거두어

 

주시기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다가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드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랍

 

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자의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