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황동규
칠부능선
2006. 7. 15. 19:53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 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뒷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구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둥그렇게 누워 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날으는 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