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칠부능선 2022. 3. 5. 14:07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이어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운율은 출렁이는 파도에서 배우고

음조의 변화는 더 썰물과 밀물을 닮아야 한다.


작은 물방울의 진동이 파도가 되고

파도의 융기가 바다 전체의 해류가 되는

신비하고 무한한 연속성이여

시의 언어들을 여름바다처럼 늘 움직이게 하라

시인의 언어는 늪처럼 썩는 물이 아니다.

소금기가 많은 바닷물은 부패하지 않지만

늘 목마른 갈증의 물

때로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갈증을 겨디며

무거운 짐을 쉽게 나르는 짐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