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찰라 속으로 들어가다 / 문태준

칠부능선 2021. 8. 30. 10:11

찰라 속으로 들어가다

문태준

 

 

 

벌 하나가 웽 날아가자 앙다물었던 밤송이의 몸이 툭 터지고

 

물살 하나가 스치자 물속 물고기의 몸이 확 휘고

 

바늘만 한 햇살이 말을 걸자 꽃망울이 파안대소하고

 

산까치의 뾰족한 입이 닿자 붉은 감이 툭 떨어진다

 

나는 이 모든 찰라에게 비석을 세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