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역병이 돌던 여름 / 이상국

칠부능선 2021. 2. 17. 20:46

역병이 돌던 여름

 

이상국

 


역병이 돌던 여름

백일홍이 피자 동네가 환해졌다

사람이 사람을 피해 다니던 말든

때가 되면 꽃은 사정없이 핀다

 

꽃은 사람에게 겁먹지 않는다

사랑하지도 않는다

저 자신으로 꽃일 뿐

 

꽃도 병들고 아플 때가 있겠지만

저들은 마스크를 하거나

꽃이 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벌 받은 것처럼 조용한 여름

백일홍 꽃숭어리들이 바이러스처럼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