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
카잔차키스를 읽다가 번역가인 이윤기 선생으로 넘어왔다. 그리스신화를 우리와 가깝게 해 준 분이 아닌가.
그리스 신화의 독자들과 함께 현장을 여행하며 '투르니에 선생'처럼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주기 위해서 쓴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조근조근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미셀 투르니에도 내가 흠씬 빠졌던 작가다.)
현자 솔론이 말한다.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도 피해자와같은 정도로 의분을 느끼고 가해자를 벌하는 국가만 이상 국가로 볼 수 있다."
그의 법은 오늘날에 적용할 수 없다.
격변이 있을 때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면 유죄다. 솔론에게 무관심은 증오보다도 유독한 것이었다. 이러니 법을 제정하고
많은 사람에게 시달리다가 아테나이를 떠나 10년 정도 천하를 주유한다.
당대 갑부 크로이소스를 만나서 나눈 대화에서 현자의 면모를 드러낸다.
솔론이 말한 행복에 끄덕이며 안심한다.
또 당대의 현자 이솝이 왕으로 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솔론에게 충고한다.
"솔론이여 임금들과의 얘기는 짧게, 눈치껏 해야 하는 법이오. "
"천만에요. 짧게, 그리고 사리에 맞게 해야 하는 법이지요."
"돌덩어리 다듬은 연대 같은 것을 따지지 말고, 가슴으로 신화 시대 이미지를 만나면서 그 사이에다 상상력의 고삐를 풀어놓을 것"
이 말이야말로 그리스 여행시에 꼭 지참해야할 말씀이다.
건성으로 알았던 사실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고....,중간중간 처세에 대한 팁도 있다. 곳곳에 유쾌한 위트까지.
한 분야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을 아낀다는 것입니다. ......
말을 아낀다는 것,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타인이 들려주는 정보를 소중하게 여기는, 열린 마음, 열린 귀의 소유자입니다.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견주어 더 풍부한 정보의 보유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자수성가한 사람들,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남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기 이야기
들려주기를 더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정보를 모으려 하지 않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은 자기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신화에 따르면 이것은 일종의 정신 질환입니다. 이 정신의 질환을 신화는 '휘브리스'라고 부릅니다. '오만'이라는 뜻으로
이거 참 무서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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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 그에게는 휘브리스가 없었습니다.
세상 떠날 때가 되자 그는 스스로 만든 화장단으로 올라가 그 불길에 타 죽음으로써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명언 한마디로 글을 닫습니다.
"어제의 영웅이 오늘 순교하지 못하면 내일은 폭군이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조각과 그림, 사진 설명도 친절하다.
이윤기 선생님 돌아가셨을 때 얼마나 애통했던지... 한동안 그의 산문을 필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