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조르바, 조르바

칠부능선 2018. 3. 2. 18:54

 

  여행준비. 4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신을 그리스인이라고 부르지 말고 크레타 사람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스 본토와 달리 크레타가 터키의 지배를 받을 때 태어났기때문에 비극적인 인생이 출발했다.

  크레타는 신들의 고향으로 욕심 많고 거짓말 잘하고, 난폭하고 거친 섬 사람의 특성을 지녔다.

  "한 번 부르면 가슴이 뛰고, 두 번 부르면 코끝이 뜨거워지는 이름.. 기적이다. 내가 크레타 사람이라는 것은... " 그는 이렇게 영탄 한다.

  1957년 독일에서 죽은 그의 유해는 아테네로 돌아왔으나 그리스 정교회는 파문한 그에게 아테네 매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의 고향인 크레타 섬의 이라클레온에 매장되었다.  이라클레온 공항 이름이 지금은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이다.

 

 그가 생전에 써 둔 묘비명을 다시 본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느다.

  나는 자유이므로 ... .

 

  카잔차키스의 영혼에 골을 남긴 사람은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그리고 조르바다.

  번역자 이윤기 선생에 의하면 1999년 2월 6일 카잔차키스 기념관에 갔을때 한달 전에 조르바의 딸이 그 무덤을 참배하고 갔노라고 한다.

  그때 그녀의 나이가 65세였다고 한다. 조르바가 65세 넘어 시베리아에서 부친 편지에

 <... 아직 살아있습니다. 오라지게 추워 할 수 없이 결혼했습니다. 뒤집어 보면 사진이 있어서 두목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착하고 여자다운 물건입니다.

 허리가 조금 뚱뚱한 건 지금 날 위해서 꼬마 조르바를 하나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

  조르바는 실존인물이라는 거다.

 

   조르바라는 호쾌한 기인,

  - 새끼손가락 하나가 왜 없느냐고요? 질그릇을 만들자면 물레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자꾸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도끼로 내려쳐 잘라버렸어요.

 -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

 -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들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호색한 조르바를 '미투'에 비추어 보니.. 그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수많은 여자를 탐했지만 그는 여자의 기쁨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성적 욕망이 남자의 전용물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며, 같은 욕구를 가진 인간으로 순간순간에 충실했다.  

 갈망을 일으키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사람, 여자에 대해 정의, 하느님에 대한 생각이나 자세...

 어이없고 기가 막히는 장면들에 실소를 짓는다. 오래된 그의 악기, 산투리를 대하는 자세는 숙연하다.

어찌봐도 구여운 남자 사람이다.

 

 

급하게 넘기면서 책장을 찢기도 하면서...  집콕하며 이틀동안 조르바와 잘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