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
시노래 마을 행사에 갔다.
순서대로 오봉옥 시인의 시노래를 신재창이 부르고, 류미야 시인이 진행하는 인터뷰도 알찼다.
노무현 변호사 시절 안기부에 함께 들어간 이야기는 처음이다.
마지막 인사에서 오 시인은 전날 밤 고은 시인을 생각하며 착잡해서 오늘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91년부터 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그때 이사장이었던 고은 시인과 지금까지 각별하게 지내고 있다.
수많은 술자리에 함께했지만, 말려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물론 그 이전의 만행을 듣은 바는 있다고 했다.
나 역시 뒷풀이 자리에 몇 번 동석했다. 불쾌한 기억은 없다. 술을 마셔도 점잖은 오 시인을 고은 선생이 '형님'이라고 불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여러번 실패한 자살기도담이다. 젊은 날 자신의 만행에 대한 회오가 아니었을까.
이날 낮에 오우회 모임이었다. 역시 최영미 시인의 발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화단에서의 성추행도 만만찮은데... 이걸 문제삼지 않는 건 문단보다 자유로운 영혼들인가.
어쨌거나 손버릇이 나쁜 남자들은 문제다. 그건 인격의 문제다. 쌍방 소통이 아닌 건 폭력, 맞다.
친구가 처음 화단에 나갔을때, 경험담도 미투다.
원로 작가 옆에 앉혔는데. 소문 난 손버릇이 나와서 바로
"점잖으신 선생님 손단속 좀 잘 하세요"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고 한다.
또 절친 시인의 대처법은 "아이 선생님 ~ 제가 그렇게 좋으세요" 모두 듣도록 큰소리로 말하면서 더 들이민다.
누구라도 그 지경에서는 얼굴을 붉히고 말 게다.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성추행은 많은 사람들의 묵과에서 이루어지는 게 더 문제다.
인품이 안 된 파렴치한 수컷의 본능이기에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작가는 독립된 인격체다. 각자가 '정부'라고 했다. 이건 고은 시인의 말이다.
문단에 상하가 있는가. 조직이 필요한가.
꿈같은 객기일지라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글이 좋은 작가를 우러른다. 선배든 후배든.
나도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