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의 태양이 필요해, 왈왈
토욜 번개 모임을 참았다. 과천의 최시인한테 멋진 카페에 초대받았는데 .
몸이 지친 느낌이다. 하루 시체놀이를 하기로 하고 밀린 책들에게 눈길준다.
아직 가을호가 안 온 느긋한 잡지도 많다. 늘 1등으로 나오는 현대수필 가을호 (통권 103권)
*프로방스의 태양이 필요해 - 장금식
글로 인해 인연 된 작가다. 작가의식이 투철한 기대주다.
수필이 일상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 의식과 노력이 맘에 든다.
후르륵 읽혀지는 글을 좋다고 했지만 아껴가며 읽었다. 수필의 질을 높여주리라 기대한다.
" 오늘,
태양은 느릿느릿 몸을 흔듭니다.
비를 잔뜩 머금은 매지구름이 햇볕을 가리기도 합니다.
어제의 기억을 품고 시간의 다리를 건넙니다.
조용조용 물비늘을 쏟아냅니다.
. . .
나는,
구름의 말과 바람의 말을 전하렵니다.
매일매일 길 떠나는 이방인이 되렵니다."
- 책머리에
* 왈왈 - 김산옥
강원도 깊은 산골, 색시골에서 자란 작가는 초중고 친구들과의 오래된 추억과 알콩달콩한 우정을 풀어놓았다.
왈왈은 말씀 曰왈 자와 58년 개띠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니 제목이 재미있다.
동창들 실명으로 실제상황들을 전한다. 정스러운 풍경들,. 머지않아 희귀한 모습이 될것이다.
58년, 환갑기념이라니 의미 있다.
* 문학의오늘 (가을호)
문은강의 단편소설 <모음>을 읽고 찌르르했다.
가습기살충제 피해, 그걸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읽혀진다.
죄를 짓고 죄를 못 느끼는, 아니 죄인줄 모르는 태연한 세상, 단란한 가정이 서서히 암흑으로 빠지는 것이
단지 그들의 일이 아닌걸... 얼마나 무서운가.
강유정의 평론 <팩션이라는 불편한 발명품>
'기억의 불완전성과 기록의 불온성 사이, 발명으로의 팩션, 역사를 다시, 돌아본다는 것'
영화와 소설에서 보는 사실과 허구, 역사마저 허구에 개방을 허락하는 이유가 진실에 대한 탐색과 탐구의 자세라는 것이다.
가볍지 않으나 발랄하다.
이진경의 <미명을 견디는 세 가지 방식> 에서 소개한 이재무 시인
저녁을 먹다가 국그릇을 엎질렀다
남방에 튀어 오른 얼룩을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박박 문질러 닦다가
문득 지난날들이 떠올려졌다
살구꽃 흐드러진 봄 날
네게 엎지른 감정,
울음이 붉게 타는 늦가을
나를 엎지른 부끄럼
시간을 엎지르며 나는 살아왔네
물에 젖었다 마른 갱지처럼
부어오른 생활의 얼룩들
<엎지르다> 이재무
이재무 시인을 생각하며 사람은 지나치게 솔직한 (잘 삐지는ㅎ) 생활인인데... 시는 절창이다.
나머지 잡지들에서도 몇몇을 반갑게 읽었다.
저 잡지 중 세 곳에 실린 내 글의 품평도 생각하니 뒤통수가 근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