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파랑의 형식 / 한이나
칠부능선
2017. 8. 18. 21:24
파랑의 형식
한이나
파랑은 바닷가에 두고온 사랑의 형식이다
울트마린에 0.1프로의 기쁨을 섞으면
가장 밝은 파랑이 되고
99.9프로의 우울을 섞으면
가장 어둔 파랑이 되었다
나는 해변의 길 잃은 구름
진한 슬픔 청색시대였다가
파랑을 찾아 꿈속까지 뒤지는 일
사랑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마음이다
세상이 온통 파랗게 보였다
산토리니의 둥근 지붕, 론강의 밤하늘
슬픔에 잠긴 성모마리아가 기도하는 모습의
저 파란 망토까지,
파랑의 기쁨과 우울을 딱 절반씩 섞어
하루의 파도에 실어 보냈다
형식을 걷어내면 파랑안의 흰색
순결무구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