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수필은 …》

칠부능선 2016. 12. 2. 00:04

 

 

 

                                                             수필가,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 152명의 문인이 쓴 '수필의 정의'다.

  원고지 한장 분량으로 청탁해서 그림과 함께 묶은 하드장정 책이다. 무기가 될만 하다.  

 

 

 

 

수필마을

나태주

 

 수필의 마을은 시의 마을과 소설의 마을 중간 어디쯤에 자리해 있다.

 시와 소설의 마을 사람들이 까칠한 사람들이라면 수필의 마을 사람들은 푸근하고

 너그럽고 자유로우며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이다.

 일생, 사람들은 한번쯤 수필의 마을에 들려서 쉬었다 가기를 원하다.

 그래서 그들도 푸근함과 너그러움과 자유로움과 인간미를 누리고 싶어한다.

 하루 중 시간으로 친다면 오후의 시간, 3시에서 4시 사이, 그 느슨한 시간이라면 적당할 터이다.

 

 

 

 

 

 

 

   수필이란 무엇인가

     안성수

 

  질 좋은 수필이란 작가가 삶 속에서 만난 의미 있는 체험에 대한 철학적 통찰과

미학적 관조 속에서 체득한 진솔한 깨달음의 고백이다. 그래서 뛰어난 수필가는

글감에 대한 몰입적 통찰을 통하여 현상 뒤에 숨은 본질의 의미를 미적으로 재구조화하여

감정과 이성, 영성을 넘나드는 개성 있는 언어로 영혼의 편지처럼 들려준다. 

 

 

 

 

 

 

 

 

오늘의 한국 수필

임헌영

 

  산문문학은 철핟의 아버지이고 역사의 어머니와 시와 소설의 맏형이다.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연조 깊은 장르였지만 지금은 자손들의 고대광실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처지다.

  수필가여, 분발하시라.

 

 

 

 

 

 

 

수필효명

윤재근

 

  남을 아프게 하지도 못하고 가렵게 하지도 못하며 구절마다 덤덤하고 데면데면해서

우유부단하기만 하다면 그런 글을 도대체 어디다 쓰겠는가? 연암이 아들이 써온 글을 보고 챙겨준 말이다.

이는 정신 번쩍 들게 하는 말을 찾아내라 함이다. 그러자면 수필이 새벽같이 밝아 와야 한다.

수필의 밝음은 광光이 라니라 명明이어야 한다. 겉으로 눈 부시는 밝음光 말고 속을 밝히는 밝음明이 수필을

환하게 한다. 그러자면 수필이 한낮을 걷거나 한밤을 걸어선 사람의 마음을 끌기 어렵다.

목숨이 긴 수필을 남기도 싶다면 효명 즉 새벽의 밝음을 잘 새겨 수필에 새벽을 담아둠이 상책이다.

 

 

 

 

 

 

 

  수필에 대하여

   허영자

 

  수필은 가장 명징한 영혼의 투영이며 거짓없는 자기 고백이다.

  자신의 사유, 자신의 인격, 지성과 의지, 감성과 체험 그리고 삶,

  그 모두가 드러나는 전읹거 토로의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필 쓰기는 실로 어렵고도 겁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필이란

          마광수

 

  수필은 정직한 고백이요, 솔직한 배설이다. 자기의 유식함을 자랑하거나 타인에게 훈계하는 글은 절대로 수필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필을 쓸 때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은 '교훈주의'를 벗어나는 일이다.

  아무리 부끄럽고 추악한 경험이라고 해도, 그것을 당당하게 글로써 드러낼 때 훌륭한 수필이 나온다. 다시 말해서 자기의

전부를 빨가벗겨야만 하는 것이다. 수필은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쓰여져야 한다. 

 

 

 

 

 

 

 

고백록

노정숙

 

  먹구름 낀 하늘을 보며 곧 비가 올 것을 알아채는 일, 활짝 핀 저 꽃이 지고나면 연둣빛 이파리가 올라올 것을 아는 일,

거저 알게 된 이런 일들과 흙 먼지 바람에게 눈길 주고 새 꽃 그대에게 귀를 여는 일,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비맞는 사람과

함께 비를 맞는 일, 내 안의 어린 나와 늙은 나를 어루만지는 일, 세상을 향한 창唱과 곡哭, 계획없이 빠져버린 이런 일들을

기록해 누군가의 가슴에 스며드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