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앵두 / 고영민

칠부능선 2016. 8. 3. 20:12

앵두

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쌩, 하고 가로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간, 부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