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김정완, 송혜영
양평 가는 길 / 김정완
이 분의 일생은 대한민국 현대사와 같이 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밥을 지을 수 있는 나이에 6.25를 겪고, 경제학자 유인호 교수와 결혼을 해서 옥바라지도 하고.
유복하고 건실한 가정사가 진부하지 않게 다가온다.
곁에서 조근조근 하는 이야기로 가슴이 저릿하면서도 푸근하다.
저자 싸인을 해서 책을 보내주셨다.
몇 해 전 중국 호남성 인문학 기행에서 리영희 선생님 사모님과 함께 한 인연이다.
훌륭한 남편을 둔, 아니 훌륭한 남편을 모신 두 분이 다정해보였다.
질곡를 겪었어도 곱고 평안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어딜가나 어른들 곁에 있게 되어 행사 때 반갑게 만난다.
참 잘 살아내신 경애하올 어른이다.
심각한 이야기 / 송혜영
나무늘보의 변
... "모든 이야기는 두 개의 얼굴이 존재한다."
마릴린 먼로의 통찰에 박수!
심각한 이야기 속의 실없음, 가벼움 뒤에 심오함을 찾아다니는 내 글의 기조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표현이다.
가벼움을 가장한 진지함이 글쓰기 전략이지만 진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기도 했다.
부끄러움은 항상 내 몫, 그래도 공감이라는 작가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누리고 싶어,
느림이 삶의 방식인 나무늘보의기록 한 점 어렵게 세상에 투척한다.
프롤로그에 그의 특징이 잘 그려있다.
'언니처럼 다정한 노정숙 선배님께 - 그 뒤를 열심히 따르는 송혜영 올림'
이런 싸인을 해 줬지만 그는 내 뒤를 따르는 후배가 아니다.
홀로 치열하게 쓰며, 스스로 빛나는 든든한 작가다. 샘이 날 지경으로.
이 첫 책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1천만원을 받아서 냈다.
책 디자인과 삽화도 직접 그렸다. 작품도 쫀쫀하니 밀도가 높다. 박수를 보낸다.
라면을 끓이며 /김훈
*일러두기
이 책은 오래전에 절판된 산문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 <바다의 기별>에
실린 글의 일부와 그 후에 새로 쓴 글을 합쳐서 엮었다.
이 책의 출간으로, 앞에 적은 세 권의 책과 거기에 남은 글들은 모두 버린다.
*작가의 말
... 이제, 함부로 내보낸 말과 글을 뉘우치는 일을 여생의 과업으로 삼되, 뉘우쳐도 돌이킬 수는 없으니 슬프고 누추하다.
나는 사물과 직접 마주 대하려 한다. ...
'일러두기'에서 나는 빈정이 상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저 세 책을 나도 버려버리란 말인가.
하기는 <바다의 기별>을 마지막으로 그의 책을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부터는 그냥 빌려서 읽어보기로 했다.
'작가의 말'에 마음이 좀 풀린다. 가소롭겠지만 그래, 그래... 함께 뜨끔하면서.
김 훈은 지겨운 밥벌이로 썼다지만 밥벌이가 못 되면서도 쓰고 있는 건 뭔가.
슬프고 누추해지기 전에 사람 속, 현장에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