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없는 죽음

플라톤부터 프리드리히 니체, 러셀, 존 듀이까지.
윌 듀랜트가 쓴 즐거운 철학기다.
사상을 말하면서 역사, 정치적 배경과 그의 사생활까지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괴벽한 성격의 배경을 들으며 쇼펜하우어를 이해하고, 니체를 연민하게 한다.
이야기 좋아하는 내게 딱이다.
철학가들의 임종 모습도 다양하다.
소크라테스는 익히 알고 있지만.. 독배를 받아들고는 우리 고수레처럼 신에게 조금 바치고 싶다고 한 것이 웃긴다.
그건 치명에 이르는 정확한 양이라서 안 된다고 하니.기도로 대신한다. 독배를 마시고 평온하게 침대 주위를 걷다가 다리가 무거워지자 침대에 눕는다.
마지막 말은 이웃에게 빚진 닭 한마리를 갚아달라는 것이다.
풀라톤은 스승이 죽고 12년 동안 여행을 했다. 40살이 되어서 아테네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그는 무르익어지지 않았을까.
그의 마지막은 제자의 혼례잔치에서 희희낙락 몇 시간을 지내고 조용한 방 한구석으로 물러나 잠깐 눈을 붙이면서 그대로 영원한 잠에 들었다.
그때가 80세다.
니체가 광증을 보이며 쓰러졌을 때 정신병원으로 옯겨졌지만 그의 어머니가 데리고 가서 간호를 했다.
어머니가 죽자 누이동생이 돌보다가 동생이 자기를 보고 우는 것을 보고 '왜 우느냐, 우리는 행복하지 않느냐. 아, 나도 좋은 책을 몇 권인가 썼었지.'
기쁨에 찬 어조의 마지막 말이다. 니체는 그의 천재성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윌 듀랜트는 26살에 13년 연하의 제자와 사랑에 빠지고 훗날 결혼했다.
그의 모든 책은 아내의 도움을 받았고,
<문명 이야기>의 10권 <루소와 혁명>으로 아내와 공동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1981년 10월 25일 아내 에어리얼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고 11월 5일 죽음. 그의 나이 96세때다.
식음을 전폐하면 열흘 남짓이면 죽음에 이른단 말이다.
이렇듯 죽음은 차례대로 오지 않는다.
듀랜드 부부의 모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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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많은 남편은 늘 자기가 먼저 죽을 것이니 자기 사후에는 어찌어찌 살라고 이른다.
난 죽음에는 순서가 없으며 복 많은 사람이 먼저 갈 것이니 염려 말라고 말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끝까지 복 많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