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일생의 문학

칠부능선 2015. 9. 25. 19:01

 

 문학 아카데미 첫 시간으로 <김수영>을 봤다.

 빼어난 시가 많지 않음에도 우리는 왜 김수영에 열광했는가.

 리얼리스트 계와 모더니즘 계에서 모두 초고봉의 시인으로 꼽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의 치열함과 새로움. 그리고 예민한 시대정신을 들었다.

 시의 솔직성, 적나라한 까발림, 통렬한 자기분열을 드러낸 건 시대를 내다본 작법이다. 

 

'여생의 문학과 일생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정신이 번쩍 났다.

여생, 다 살고 남은 시간에 여기로 대강 쓰는 작가의 문학이 여생의 문학이며,

일생,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치열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가 일생의 작가라고 했다.

여생을 살지, 일생을 살지. 무엇이건 본인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여유될때만 슬렁슬렁 쓰려고 생각했는데... 끄끔했다.

그런데 여생의 문학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제아무리 치열하게 썼다고 해도 그것이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모두 헛것이다. 아니 꼭 적절히 전달하는 게 목표가 아니어도 좋다.

제 흔적에 부끄럽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맨 얼굴로 나서는 자신이 없느니  한심한 노릇이다.

 

 

성남 문학 아카데미는 오봉옥 선생님과

슬렁슬렁 노는 시간으로 삼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자고 했다.

이렇게 좋은 시간에 사람이 적은 건 세태 반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