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노독 / 이문재

칠부능선 2015. 5. 19. 00:40

 

  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는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벌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 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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