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살아 있다는 것은> 문정희
*자유로운 여성을 꿈꾸기 전에 배워야 할 덕목은 고독과 노동(경제력),
이 두 가지를 안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 만큼 장엄한 일이기도 하다.
*유목민은 길을 떠날 때 적당히 배고픔을 달랠 물이나 음식을 준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허기진 배를 꽁꽁 동여 맬 가죽 허리띠 하나를 준비한다.
비장함 없이 길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발적인 시를 쓰는 문정희 시인의 에세이는 담담했다.
상상력을 거세하니 그럴 수 밖에 없었나.
사랑의 통렬한 실천가가 아닌, 그저 사랑 예찬가요 찬미가일 뿐임을 고백하니 싱거울 밖에.
말미에 한마디마저 우수가 배경으로 떠오른다.
"나는 여든 살까지만 젊고, 아흔 살까지만 아름다울까 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별 기대없이 잡았는데 가독력이 세다. <Sense Of An Ending>
제목이 싱겁다고 생각하면서 깨알 재미만으로도 죽죽 읽혀진다.
책을 덮고 이렇게 먹먹한 건 오랜만이다.
아아~~~ㄱ, 예감할 수 없는 반전이 머리를 퉁, 친다.
다시 앞 장을 뒤적인다.
"덕을 쌓은 만큼 복을 주는 게 인생의 소관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다."
생이 저물어 가는 무렵에 생각하는 씁쓸한 독백이다.
여기서도 나이를 언급한 구절이 있다.
"시간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마흔은 아무 것도 아니야 .
쉰 살은 돼야 인생의 절정을 맛보는 거지. 예순은 새로운 마흔이야."
어쩌면 이것이 반전의 복선이었는지도 모른다
빌린 책은 빨리 읽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