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양식
둥둥거리며 다니다 보니 책이 많이 밀려있다.
어제 오늘 방콕하며 숙제를 마쳤다.
얼굴아는 분들의 책은 정독하며 읽고 답신을 보내야한다. 그들이 흘렸을 땀의 양을 알기에 그냥 있는건 예의가 아니다.
작품성을 딱히 말할 형편은 아니지만, 어느 부분에서든 배울 게 있는 건 확실하다.
<해 저문 날의 독백> 정호경
정호경 선생님은 고교 국어선생님과 대성학원 국어강사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수필카페를 직접 운영하신다.
내 글 <오래된 수필론>의 주인공으로 84세 청년이시다. 슬픔을 배경으로 해도 씨익 웃음짓게 하는 해학이 있다.
내 글과는 다른 풍이지만 경의를 보낸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새해가 되시길..
<엄마의 재봉틀> 임미리
임미리 씨는 전남 화순에 사는 회원인데 시와 수필을 함께 쓴다. 두 번째 시집이다.
'희망을 선물합니다' 라는 사인을 보니 순하게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마음이 창고에 있는 엄마의 재봉틀에서 노트북으로 옮겨간 건 다행이다.
<얼굴 없는 가수> 박 순
본명이 박명순이다. 남편이름은 김두년, 첫 작품 하나맘 읽어도 그의 재치와 솔직함이 읽혀진다.
아주 가까이에서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 같아서 단숨에 주르룩 읽었다.
행운의 일생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그가 살아낸 시절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인지.
첫 책을 묶으며 다음 책을 준비한다는 열정에 어찌 박수를 아끼랴.
<피사체 너머에는> 김선화
5매 수필집이다. 행사때 만나는 환한 의상처럼 경력이 화려하다. 청소년 소설과 수필집, 시집들을 많이 냈다.
자랑도 아픔도 심각하지 않아서 좋다. 배움은 도처에 널려있다.
<돈키오테>를 다시 읽으며
책의 화형식부터 키득거리고,
"산초, 이 모든 것에서 네가 깨우쳐야 할 점은 시간이 지우지 못할 기억이란 없는 것이며,
또한 죽음이 희석시키지 못할 고통도 없다는 것이다. "
대책없는 돈키호테의 일갈,
책들이 널려있으니 든든하다.
숙제처럼 읽기도 하고, 좋아서 사기도 한 애들은 어쨌거나 내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