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정이현
읽고 있던 <이기적 유전자>를 뒤로 미루고,
내가 <사랑한 지중해>를 잡았다. 그리스 신화의 현장 중계 중간쯤 읽고 정이현의 소설,<너는 모른다>를 읽었다.
단숨에 읽혀진다. "아이가 사라졌다." 감각적이고 발칙하며 집요한 작가, 정이현
책 장을 덮으로 허탈했다. 모든 문제는 가정, 가족에서 시작한다.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인간 관계.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다. 지금, 현재 오늘의 우리 모습이다.
분열되고 고립된, 그러나 상처는 가족을 뭉치게 한다. 상처를 통해 치유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진심을 다해 소설을 썼고,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전부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 두렵다. ... '
소설 뒤에 붙은 <작가의 말>에 자세를 다잡는다.
다시,
장석주의 <내가 사랑한 지중해>는 그가 사랑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번 여행 중에도 '희랍인 조르바'를 세 번 읽었다고 한다.
카잔차키스의 고향인 크레타섬에서는 어쩔수 없이 신들의 고장이니 그리스 신화가 많이 나오고.
장석주는 스스로를 호모 북커스 (책읽는 사람)이라고 했듯이 인문학적 세례를 듬뿍 받아 많은 책을 인용했다.
재미있을 듯한 책을 메모했다. 참고문헌이 6쪽에 달하는 여행기. 역시 장석주스럽다.
'첫째, 나는 당신이 소에 쥔 활이올시다, 주님이여.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둘째,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 마소서, 주님이여.
나는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셋째, 나를 힘껏 당겨 주소서, 주님이여.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겠나이까.'
이것은 카잔차키스가 신에게 올리는 탄원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야망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은 듯이 말처럼 뼈가 휘도록 일하는 것, ...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것... '
장석주가 30여년 동안 마음에 품고 오롯하게 경외한 위대한 작가, 카잔카키스.
'햇빛, 햇빛 햇빛들! 직사광선이 심벌즈 소리를 울리며 머리 위로 쏟아'질 지중해로
나도 곧 떠날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카잔차키스가 생전에 지은 비명碑銘이다. 그 묘석 앞에서
'죽음을 두려워마라.
대중의 냉대도, 비평가들의 침묵도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 할 것은 오직 한 가지, 네 가슴의 불꽃이 꺼지고, 차갑게 식는 것을 두려워하라.'
장석주는 이렇게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