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칠부능선 2014. 2. 4. 23:21

  몇 년 전 '수유너머'에서 고미숙을 봤다.

자그마한 체구에 눈만 똘망하게 빛나는, 짧은 머리에 언뜻보면 소년같은 인상.

그들은 유리창이 하나 달린 문 안에서 언제나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가 학자스타일의 열하일기 강독이라면,

이 책은 연암의 인간적인 면모와 시대적 배경, 주변인물들을 망라하는 교실 밖 이야기까지.

가벼운 필치로 종횡무진 연암을 그려낸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 간 오늘의 열하,사진도 곁들여 있다.

글 뒤에 있는 배경과 상황을 옆에서 본 듯, 설을 푸는데 흥미진진이다.

 

 

 

연암이 취중에 자신을 찬미한 글이다.

 

"저만을 위함은 양주와 같고,

남을 같이 사랑하기는 묵적과 같구나.

뒤주가 자주 비기는 안연과 같고,

꼼짝 않고 지내기는 노자와 한가질세.

광달함은 장자인가 싶고, 참선하기는 석가인 듯하다.

공손치 않기는 유하혜와 진배없고,

술 마심은 유령과 흡사해라.

밥을 빌어 먹지는 한신과 비슷하고,

잠을 잘 자기는 진박과 같은 것을.

거문고를 연주함은 자상호와 방불하고,

책을 저술함은 양웅과 한가지라.

스스로를 견주기는 제갈량과 비슷하니,

내가 거의 성인인 게로구나.

다만 키는 조교만 못하고,

청렴함은 오릉중자에게 양보해야 하니

부끄럽구나! 부끄럽구나!'

(

수소완정하야방우기酬素玩亭夏夜訪友記)

 

열다섯 인물의 성격과 전형을 알아야 ㅋㅋ 웃음지어지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