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잠화와 지젤
류시원에서 밤에 바라보는 옥잠화가 '지젤'의 군무 같다며 구경오라고 하신다.
이른 저녁 준비를 해놓고 냉큼 달려갔다.
쥔장께선 벌써 차려놓고 있다. 오늘은 지난번 시모상을 치른 ㄱ님 위로도 겸해 셋이 모였다.
무리지어 핀 옥잠화가 한풀 꺾였다. 모기의 극성때문에 부를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제 일주일 정도면 모두 스러진다고 한다.
밤에 핀 옥비녀꽃들이 환상적이라며 꿈꾸는 소녀처럼 좋아라 하는 반백의 선생님 모습이
내 눈에는 젤로 이쁘다.
태평농법으로 거미줄도 그대로 둔다.
그림그리는 친구에게 본 풍월로 스프레이로 물을 뿌린후 찍어봤다. ㅋㅋ
좀 더 이슬이 맺혀야 하는데...
어두워지기 전에 밥을 먹고 오자며 미리 답사한 식당에 갔다.
줄줄이 나오는 한정식은 요즘 식상했는데 이 집은 운치 있다.
빈대떡 접시에 여뀌를 보면서 좋아졌다.
새우에 허브도.
밥을 먹고 나오니 마당에서 어둠 속에 파바로티가 노래를 하고 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커다란 스크린를 바당에 걸어두었다.
와~~~
음악을 들으며 차는 별채에서 마신다.
뒷마당에 허브농장을 꾸며놓았다. 어둠 속에서 손을 들이대니 온갖 향이 난무한다.
담쟁이 창가에서 차를 마시고 다시 류시원에 가서 어둠 속에서 흰비녀를 한 옥잠화를 알현하고 돌아왔다.
선생님은 쫑이의 무덤에 성호를 그으며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그 모습이 참 숙연하다. 쫑이는 죽어서도 복도 많다.
오늘 호사한 날이다. 지젤의 군무에 파바로티 할배의 노래에 맛있는 저녁에.
나도 복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