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호에 추선희 선생 리뷰를 읽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의 길동무, 몸' - 가 몸을 거쳐 마음으로 길을 내고 그 마음이 지나는 몸을 다시 보게 된다고 했다. 책은 비닐로 꽁꽁 밀봉을 해서 왔다. 의아해하면서 포장을 풀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몸과 마음을 떨어뜨려놓고 바라보던 글을 제법 썼다. '몸의 말'을 들어야 하는 시간이 벌써 다가왔지만 아직 경청하지 않는 나를 돌아본다. 12세 11개월 18일에 시작해서 87세 19일, 눈감을 때까지 몸을 중심으로 쓴 남자의 비밀일기다. '사랑하는 리종에게' 일기장을 딸에게 남기면서 당부하는 마음이 중간중간 나온다. 장편소설을 난 또 수필처럼 읽었다. 몸이 이울어가는 시기에 만나서 일까. 몸의 변화에 대한 적나라한 기록은 내게 위안을 주었다. 거침없는 열정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