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했던 연말 모임이 헐렁해졌다. 바로 숙제에 돌입했다. 연말에 밀려온 책들을 잡았다. '고독한 기쁨'은 내게 '즐거운 숙제'가 되었다. 첫 책 『앵두를 찾아라』부터 눈길을 끌며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중상을 입은 몸으로, 책과 영화에 몰입하는 모습은 경건한 그림이다. 서툰 못질 없이, 제 몸으로 연결하는 장인처럼 책과 영화, 몸이 변화를 자연스레 엮었다. 내가 못 읽고 못 본 영화가 훨씬 많지만, 내가 읽은 책과 영화는 반갑게 만나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세잔과 에밀졸라 이야기는 그림 그리는 친구와 주변 예술가들을 생각하며, 더 다가왔다. 내가 두 번 다녀온 삼척의 부남해변에서 저리 풍성한 감성을 쏟아놓다니 ... 내가 놓친 풍광을 새로이 만나며 감탄한다. 속깊은 문장과 주문할 책과 보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