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주작산 휴양림 1박

칠부능선 2014. 4. 1. 08:00

남편의 절친 3인방과 부부동반으로 떠났다.

8시에 집앞에 스타렉스를 몰고 왔다. 두 분이 여행계획과 준비를 모두 해줬다.

남편은 한참을 빼다가 거의 억지로 참가한 셈이다. 참 이런 친구까지 챙기는 친구들이 고맙다.

 

충청권 지나니 비가 슬슬 내린다.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강진에 도착, 그의 흔적을 밟으며 다시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성공한 사람은 세상에 자기를 알리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주지만,

유배 인물이 되면 자신의 흔적을 스스로 남겨야 한다. 그래서 주야장창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겼다.

 

 

지구는 궁글고 사방의 땅을 평평하다.

그러니 내가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도 곤륜산이나 형산, 곽산을 오르며 높은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

지금 이 상황보다 더 즐거운 때는 없다.

그런데도 좋은 수레를 갈망하고 논밭에 마음 태우며 기쁨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땀을 흘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평생토록 헤매면서 오로지 '저' 것을 바랄 뿐, '이' 것을

참으로 누려야 하는 줄 모른지 오래 되었다.

 

-다산 선생의 산문 바로 '이' 중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다. 아니 몇 백년, 몇 천년 후에도 똑같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이다.

 

 

먹구름이 몰려와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굵어진다.

 

 

다산의 친필 편지

 

휴양림에 도착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벚꽃길 산책. 딱 맞게 핀 벚꽃,

 

 

하룻밤 거한 한옥팬션이다.

겉은 그럴듯한데 속은 현대식이다.

 

 

 

 

동백은 만개를 앞두고 목을 탁 탁, 꺾었다.

애들은 또 이것이 절정인가. 일찍 떠난 몇 몇을 떠올리게 한다.

 

 

불빛 아래 비맞은 벚꽃,

이 보다 더 청초할 수는 없다.

이 물기 가시면 한점 바람에 훨훨 날려 절정에 이를 것이다.

 

 

근처 저수지까지 걸었는데,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이곳은 또 다른 모습이다.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어둠 속에서만 자유로워지는,

뭐, 그런 일들을 떠올리며 혼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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